GUAM NOTE · 태풍 현장 기록
폭풍 전야의 고요
슈퍼태풍 바비를 기다리는 밤
2026년 7월 4일 토요일 늦은 밤 · 괌 COR 2
— 괌에 사는 사람이 지금 이 순간을 기록합니다
낮 동안의 괌은 분주했습니다. 마트마다, 자재를 파는 상점마다 사람들로 가득 찼어요. 생수를 사려는 사람들, 비상식량을 담는 손길들, 합판과 못을 찾는 이들로 통로가 붐볐습니다. 슈퍼태풍 바비가 다가오고 있다는 소식에, 온 섬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듯했어요.
그런데 토요일 늦은 밤을 지나는 지금, 괌은 오히려 고요합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가정이 이미 태풍 셔터를 내렸기 때문일 거예요. 셔터가 없는 집들은 나무판자로 창문을 하나하나 막았겠지요. 그렇게 온 섬이 자기 안으로 문을 걸어 잠그고, 숨을 죽인 채 태풍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조용합니다. 낮의 분주함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이제는 정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밤이 되었어요.
폭풍 전야의 고요.
딱 그 말이 어울리는 밤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 고요한 밤하늘이 평소와는 조금 다르다는 거예요.
바람은 아직 그리 세지 않습니다. 평소보다 아주 약간 강한 정도예요. 태풍이 온다는 게 실감이 안 날 만큼, 지상은 아직 잠잠합니다. 그런데 하늘은 다릅니다. 하늘에서는 계속해서 번개가 치고 있어요. 마치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내리치듯이 말이에요.
체감상, 5초에서 10초에 한 번씩
번쩍이는 번개가
쉼 없이 하늘을 가릅니다
번개는 멈추지 않습니다. 5초, 길어야 10초. 그 짧은 간격으로 하늘이 계속 번쩍입니다. 검은 밤하늘이 순간순간 환하게 밝아졌다가 다시 어둠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해요. 소리도 없이, 그저 빛으로만. 마치 저 멀리 수평선 너머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하늘이 먼저 알려주는 것만 같습니다.
지상은 이렇게 고요한데, 하늘은 저렇게 요동치고 있으니. 이 대비가 오히려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조용한 게 조용한 게 아니라는 것을, 이 섬에 오래 산 사람은 압니다. 이건 정말로 큰 것이 오기 전의 침묵이에요.
불과 몇 달 전 신라쿠가 지나갔고, 이제 또 바비가 옵니다. 두 달 사이에 두 번째 슈퍼태풍이라니. 괌에 오래 살아온 저에게도 이런 밤은 쉽지 않습니다. 준비할 수 있는 것은 다 준비했어요. 물도 받아두었고, 창문도 막았고, 필요한 것들도 채워두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기다림, 그리고 기도뿐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도 지금 괌에서, 혹은 마리아나의 어느 섬에서 같은 밤을 보내고 계신 분들이 있으시겠지요. 셔터 너머로 번개를 바라보며, 저와 같은 마음으로 이 밤을 지나고 계실 거예요. 우리 모두, 부디 안전하기를 바랍니다.
🙏 지금 이 밤, 꼭 기억하세요
번개가 치는 지금은 절대 밖으로 나가지 마세요. 사진을 찍으려고, 하늘을 보려고 나가는 것도 위험합니다. 셔터를 내린 실내에서, 창문에서 떨어진 안전한 공간에 머무르세요. 태풍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지상이 고요하다고 방심하지 마세요.
Guam Note는 이 태풍이 지나갈 때까지, 그리고 지나간 후에도 이 섬의 이야기를 계속 기록하겠습니다. 지금은 그저, 이 밤이 무사히 지나가기를 바랄 뿐입니다.
모두, 안전하게 이 밤을 지나기를.
“바람과 바다도 순종하는도다. 그가 광풍을 그치게 하사 물결도 잔잔하게 하시매 그들이 평온함으로 인하여 기뻐하는지라.”
— 시편 107:29~30, 마가복음 4:41 참조